<Dream’s Gate>는 이란 출신 신예 감독 네긴 아흐마디(Negin Ahmadi) 가 직접 카메라를 들고 제작한 다큐멘터리로, 2023년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상을 수상하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작품은 시리아와 이라크 지역에서 무장 투쟁을 이어가는 쿠르드 여성 전사들의 삶을 기록합니다. 단순한 전쟁 기록이 아니라, 여성의 주체성과 존엄, 그리고 자유를 향한 투쟁을 카메라로 담아낸 작품으로 평가됩니다.
감독의 시선 – 동행자로서의 다큐멘터리
네긴 아흐마디는 이 작품에서 단순히 외부인의 시선으로 전사를 촬영하지 않습니다. 그는 직접 현장에 들어가 여성 전사들과 생활을 함께하며, 관찰자가 아닌 동행자의 위치에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카메라는 대상과 거리를 두지 않고, 그들의 웃음과 눈물, 일상의 대화를 가까이 담습니다.
<Dream’s Gate>의 여성 전사들은 총을 들고 싸우는 전투원이자, 동시에 밥을 짓고, 서로의 머리를 땋아주며, 가족과 고향을 그리워하는 평범한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감독은 이들의 일상을 ‘인간적인 얼굴을 가진 전사’로 보여주며,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합니다.
여성의 목소리를 전면에 두다
쿠르드 여성 전사들의 이야기는 국제 사회에서 종종 보도되었지만, 대부분은 외신 기자나 남성 중심의 시각에서 전달되었습니다. 그러나 <Dream’s Gate>는 여성 감독이 직접 여성 전사들의 삶을 기록한다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여성들이 스스로 총을 들게 된 이유는 단순히 정치적 투쟁이 아니라, 자유롭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선택임을 영화는 보여줍니다. 억압과 폭력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그들은 전투와 일상을 동시에 살아갑니다. 이들의 목소리는 단순히 전쟁의 기록이 아니라, 여성의 주체성과 저항의 선언으로 들립니다.
시적 영상미 – 꿈과 현실의 경계
<Dream’s Gate>는 다큐멘터리이지만, 단순한 리얼리즘의 기록을 넘어섭니다. 영화는 전쟁터의 풍경을 시적 이미지로 포착하며, 꿈과 현실의 경계를 오가듯 구성됩니다.
- 황량한 산과 들판을 가로지르는 여성들의 행렬은, 마치 고대의 서사시를 떠올리게 합니다.
- 총성과 폭발음 사이에 흐르는 잔잔한 대화와 노래는, 전쟁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인간의 감정을 드러냅니다.
- 카메라는 때로는 객관적으로 사건을 담지만, 때로는 감독의 주관적 감정을 반영해 몽환적이고 내밀한 화면을 만들어냅니다.
정치적 맥락 – 억압된 삶의 증언
쿠르드인들은 오랫동안 주변 국가들 사이에서 억압받아 왔고, 여성은 이중의 차별 속에서 살아야 했습니다. <Dream’s Gate>는 이런 현실을 직접적으로 고발하지 않지만, 전사들의 증언과 삶을 통해 억압의 구조를 드러내는 방식을 택합니다.
예를 들어, 한 전사는 “우리는 총을 들지 않으면 존재조차 인정받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이 짧은 대사는 쿠르드 여성들의 현실을 압축하며, 동시에 그들의 투쟁이 단순한 군사적 행위가 아니라 존재의 선언임을 보여줍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의 평가
<Dream’s Gate>는 2023년 BIFF 뉴 커런츠상 공동 수상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심사위원단은 이 작품을 두고 “전쟁과 여성이라는 주제를 기존의 틀에 갇히지 않고 새로운 시선으로 기록했다”며, “영화가 사회적 증언이자 예술적 언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이 작품에 주목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Dream’s Gate>는 신예 감독이 현장 속에서 직접 체험한 리얼리티와 예술적 감각을 결합하여,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결론: 기억해야 할 목소리
<Dream’s Gate>는 단순한 전쟁 다큐멘터리가 아닙니다. 이는 여성의 목소리를 기록하고, 억압 속에서 자유를 꿈꾸는 인간의 존엄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웃고 노래하는 여성들의 모습은, 인간이 얼마나 강인하고 아름다운 존재인지 다시금 일깨웁니다. 네긴 아흐마디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우리에게 묻습니다. “우리는 누구의 목소리를 기록해야 하는가? 그리고 어떤 꿈을 지켜야 하는가?”
<Dream’s Gate>는 그 대답을 직접 내리지 않습니다. 대신 관객에게 선택을 맡기며, 기억해야 할 목소리를 오래도록 마음에 남깁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