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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 아이들의 세계 속 외로움과 우정

by douoo_oo 2025. 9. 11.

<우리들>은 윤가은 감독이 연출한 장편 데뷔작으로, 2016년 베를린 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부문에 초청되어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영화는 초등학교 아이들의 시선을 통해 외로움, 소속감, 우정과 배신을 다룹니다. 어른이 보기엔 사소해 보일 수 있는 사건들이 아이들의 세계에서는 삶 전체를 흔드는 중요한 문제로 다가옵니다. 윤가은 감독은 카메라를 낮추어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그들의 섬세한 감정과 미묘한 관계를 사실적으로 담아내며 많은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줄거리 – 외로운 아이, 새로운 친구를 만나다

주인공 선(최수인) 은 학교에서 늘 외톨이입니다. 같은 반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운동 실력도 뒤처지며, 친구들 사이에서 존재감이 희미합니다. 방학이 시작되자, 그는 동네 놀이터에서 전학 온 아이 지아(설혜인) 를 만나게 됩니다. 두 아이는 금세 친해지고, 함께 뛰어놀며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가 됩니다.

 

그러나 개학 후 상황은 달라집니다. 지아가 학급에서 인기 있는 아이들과 어울리기 시작하면서, 선과의 관계가 서서히 멀어집니다. 지아는 선을 무시하거나, 다른 아이들 앞에서 그녀를 곤란하게 만드는 모습을 보입니다. 선은 배신감과 외로움 속에서 괴로워하지만, 동시에 여전히 지아와의 우정을 갈망합니다.

아이들의 세계 – 작지만 절대적인 우주

영화의 제목처럼, 아이들의 세계는 그들만의 완전한 우주입니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친구 사이의 다툼이나 소외가 대수롭지 않게 보일 수 있지만, 아이들에게는 세상의 전부입니다.

  • 소속되고 싶은 마음: 선은 친구 무리에 속하고 싶어 하지만, 늘 배제됩니다.
  • 우정의 이중성: 지아는 선과의 비밀스러운 우정을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또래 집단의 인정 욕구에 흔들립니다.
  • 외로움의 상처: 선이 느끼는 고독과 배신감은 아이들의 세계에서 결코 가볍지 않은 고통입니다.

어른들의 부재 – 배경으로만 존재하는 세계

<우리들>에서 어른들은 거의 배경으로만 등장합니다. 부모나 교사는 아이들의 관계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심지어 아이들의 갈등을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이는 현실을 잘 반영합니다. 아이들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우정과 배신, 소외의 문제는 어른들이 쉽게 간과하는 영역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 세계가 얼마나 깊고 치열한지 보여줍니다.

 

선의 어머니는 생활에 바빠 딸의 외로움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교사는 겉으로 드러난 문제에만 관심을 둡니다. 결국 아이들의 상처는 그들 스스로 감당해야 하며, 이는 영화가 던지는 가장 뼈아픈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선과 지아 – 관계의 미묘한 균열

선과 지아의 관계는 단순한 친구 사이가 아닙니다. 두 아이는 서로에게 외로움을 달래주는 존재였지만, 동시에 경쟁자이자 불안의 원인이 됩니다.

  • : 순수하고 소극적인 아이로, 우정을 진심으로 믿지만 상처를 쉽게 받습니다.
  • 지아: 외향적이고 사교적인 면모를 보이지만, 동시에 집안의 문제와 불안정한 감정을 안고 있습니다.

지아가 인기 있는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선을 멀리하는 모습은 잔인하게 보이지만, 사실은 사회의 축소판입니다. 아이들은 이미 또래 집단 안에서 힘의 관계, 인정 욕구, 소속과 배제의 논리를 배웁니다. 선과 지아의 균열은 바로 그 세계의 반영입니다.

영화적 연출 – 다큐멘터리 같은 리얼리즘

<우리들>은 다큐멘터리 같은 사실감을 지닙니다.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 카메라의 절제된 움직임, 일상의 소음을 담은 사운드 모두가 현실감을 더합니다.

특히 아이들의 대화는 각본보다 실제 대화처럼 들리며, 이는 감독이 철저히 아이들의 세계를 관찰하고 연구했음을 보여줍니다. 연출은 과장이나 극적 장치를 배제하고, 아이들의 작은 표정 변화와 사소한 행동에 집중합니다. 그 미묘한 차이가 아이들의 세계에서는 큰 의미를 갖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메시지 – 성장의 그림자

<우리들>은 단순히 아이들의 우정 이야기로 끝나지 않습니다. 영화는 한국 사회의 교육 구조와 집단 문화가 어떻게 아이들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줍니다.

  • 성적 중심의 학교 문화는 아이들에게 경쟁을 강요합니다.
  • 또래 집단에서 소외된 아이는 쉽게 낙인찍히고, 다시 회복하기 어렵습니다.
  • 어른들은 이를 가볍게 여기지만, 아이들에게는 평생 남을 상처가 됩니다.

현재적 의미 – 여전히 우리 곁의 이야기

<우리들>이 개봉한 지 시간이 지났지만, 영화가 보여준 현실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학교 폭력, 따돌림, 집단 속 외로움은 여전히 많은 아이들이 겪는 문제입니다.

영화는 우리에게 질문합니다.
- 우리는 아이들의 세계에 진정으로 귀 기울이고 있는가?
- 외로운 아이들이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마련해주고 있는가?
- 아이들의 갈등을 단순한 사소한 다툼으로 치부하고 있지는 않은가?

결론 – 아이들의 세계를 존중해야 한다

<우리들>은 작고 사소해 보이지만, 사실은 거대한 세계를 담고 있는 영화입니다. 아이들의 세계는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관계와 존재, 정체성이 형성되는 중요한 장입니다.

 

윤가은 감독은 그 세계를 존중하며, 카메라를 낮추어 아이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전합니다. 그 결과 관객은 아이들의 웃음과 눈물, 우정과 배신을 함께 경험하게 됩니다.

 

영화는 말합니다. “아이들의 세계는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깊고 넓다.”

<우리들>은 어른들에게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보라고 요청하는, 따뜻하지만 날카로운 거울 같은 작품입니다.